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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6 어느 고서점의 정취 2

고서라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집트의 파피루스? 양피지? 동양 특유의 책 제본방식? 일본서기?

평범한 사람은 접할 기회도 없고 접할 필요도 없는 것.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

보통은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랍니다.


작년에 저는 개인 연구 목적으로 일본과 조선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서점을 알게 되어 찾아 갔는데..


노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정하시고, 아저씨라고 하기엔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얼굴의...

그냥 어르신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 어르신께서 환하게 맞아 주셨습니다.


평소에 사람이 그다지 많이 찾아 오지 않는 듯, 책의 내력, 자신의 이야기 등을 늘어 놓으셨습니다.

저에게는 지겹기는 커녕, 즐겁게 들렸습니다. 어디서 이런 이야기들을 기회나 있을까요.

조선경무국 출판물, 조선총독부의 조선사(이게 가장 탐났습니다.), in korea with Marquis Ito

(그 이토 히로부미입니다.)...등등

또 어르신께서 그 귀한 구한말 외국인이 그렸던 숭례문(!!)의 그림도 소개해 주시고...

사고 싶은 것은 무척 많았으나, 당초 계획대로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다음에 포스트하겠습니다.)



그 뒤로도 저는 그 어르신과 서점의 분위기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나 찾아 갔습니다.

나올 때마다 한 권씩은 구입했고, 지금도 개인 공부, 연구에 요긴하게 탐독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것이 기껏해야 다이쇼(大正) 4년인가..그럴 겁니다.)

문득 떠오른 어르신이 하셨던 말씀 중에..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고서 수집, 열람 문화가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다..라고..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왠지 답답하고 서글픈 것은 왜일까..


그 때 저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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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요새는 개인 사정으로 잘 가지를 못했군요..

생각난 김에 다시 어르신을 뵈러 가 볼까 합니다.

Posted by Ramii